※오역주의
제1장
그들의 첫 만남은 베니스였다.
적어도 티엔시우주는 그렇게 알고 있다.
그해 그는 카셀 도큐멘타전 그리고 상파울루 비엔날레와 같이 "세계 3대 미술제"의 예술계 성대한 모임인 베네치아 비엔날레에 초청받아 참가하고 있었다.
전시회는 몇 십만 관람객을 끌어들였고, 대다수가 열렬한 여행객들로 보인다. 제일 사람이 많은 시간, 몇몇 중요 관람지점은 아무도 못 들어가게 막아놨다. 참관자 중 학생들이 많았는데 예술학교학생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었고 몇몇은 그저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녀도 그 중 한 명이었다.
그는 오랫동안 관찰하여서 이런 판단을 할 수 있다. 당시 그는 두 명의 큐레이터와 카페 안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는 판매커미션에 대해 흥미가 없어, 커피를 마시며 대화에서 나왔다. 이때, 바깥 길을 지나가는 몇 여행객들이 그의 시선을 잡았다.
그들은 누가 봐도 학생이었다. 4명의 여학생, 3명은 모두 금발에 벽안을 가진 유럽인이라서 나머지 한 명인 흑발을 가진 사람이 유난히 눈에 띄었다. 그들은 베니스미술관의 보물인 <폭풍우>를 보기 위해 인파 속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이 그림이 밖에 전시된 횟수는 드물어 모든 사람이 한 번이라도 보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들은 들어가지 못했다.
그녀는 발꿈치를 들어도 보지 못해 포기하였다. 그러고 나서는 자신의 태블릿을 만지작 거리더니 금방 거기에 집중했다. 너무 빠져서 친구들이 사람들 따라가도 그녀는 알지도 못했다.
'그녀는 예술에 완전히 감흥이 없었다'이 것이 그녀에 대한 첫인상의 결론이었다.
하지만 오후, 그는 사람이 변한 듯한 그녀를 보았다. 그것도 그의 앞에서.
그는 이번 전시회 위해 총 5폭인 유화 시리즈를 그렸다. 사람의 오감을 색채로 표현하는 걸 그렸다. 관람객들은 작품의도를 하나하나 봐야 알 수가 있다. 하지만 그녀는 마지막 그림 앞에 서있고 또한 그림을 보지 않았다. 그저 오른쪽 모서리 라벨만 계속 멍하니 보고 있었다. 잠깐만 봤으면 되었는데 그녀는 20분 동안 보고 있었다. 그가 그녀에게 이 그림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 알려주고 싶을 만큼 오랫동안 봤다.
아쉽게도 누가 그를 불러서 떠났다.
세 번째 만남은 전시회가 끝난 후였다.
그는 힘든 하루를 보내 만찬요청을 다 거절하고 머리를 비우기 위해 거리를 산책하고 있었다. 얼마 걷고 나서, 누가 그를 따라오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마도 야경이 너무 따뜻해 그에게 긴장하는 모습을 찾지 못했다. 그가 돌아보자, 익숙한 듯 아닌 듯 알듯 말듯한 얼굴이 보였다.
그녀는 바로 그의 뒤에 있었고, 가로등이 그녀의 얼굴을 비쳐 그녀의 피부가 투명하게, 눈도 빛처럼 반짝거려 보였다.
"무슨 일이죠?" 그는 자연스럽게 모국어로 말했다. 그녀한테서 익숙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입을 열며 망설이듯 말하길: "티엔시우주...씨 이신가요?"
그녀의 입에서 자신의 이름을 들어 이상한 느낌이었다.
"저를 아시나요?"
"정말이에요? 어... 알긴 아는데 아니 모르는 건 아닌데, 예전에..." 그녀는 긴장하듯 할 말이 많아 보였지만 아마도 장소가 맞지 않은지 마지막 한마디는 알아들었다. "당신의 그림을 좋아해요."
그의 눈썹을 찌푸렸다.
"네? 당신은 조르조네의 <폭풍우>도 흥미를 가지고 있지 않은데 제 그림을 좋아한다."
그녀가 막연히 그를 보며, "네?"
이런 농담도 그녀에게는 너무 심오한지 티엔시우주는 헛기침을 하며 주제를 바꿨다.
"저... 갑자기 방해해서 죄송합니다, 저는 그냥... 당신의 그림이 너무 좋다고 말하고 싶었어요, 실례했습니다." 그녀는 말을 마치고 고개를 숙이고선 몸을 돌려 떠났다.
그녀는 파란색 치마를 입고 있었다.
어떤 파란색이냐? 밝은 하늘색, 아님 코발트블루? 어쩌면 감청색? 그도 잘 모른다. 그녀는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이 장면은 조금 아름다웠다, 티엔시우주는 문예적으로 죠르쥬 상드의 <베니스의 밤>이 떠올랐다.
--"그 밝은 어두운 밤, 호수 위 물결은 거울 같아, 수면 위 별들도 한점 흐트러지지 않았다. 주위는 사람을 수려한 몽경 속으로 들어가는 듯 맑고 투명한 한 편의 쪽빛, 조용한 망망대해 같다."
그는 그녀를 쫓아가 이름을 물어 저녁을 같이 하자고 말하고 싶을 만큼 이 밤에 취한 거 같았다.
*
그들은 친구가 되었다.
친구가 된 과정은 조금 말이 안 되긴 하나 잘 풀렸다.
그들이 서로 알게 된 지 2년, 티엔시우주가 미국에서 열린 미술전에 와서, 주윈을 찾아내 그녀는 얼른 그를 데리고 가이드하였다. 이틀이 걸려, 주윈은 러시모어산에 와서도 순서를 써 내려가는 것을 잊지 않았다. 티엔세우주는 아주 불만이었다.
"너 그렇게 불성실한 천재 화가냐?" 주윈이 이렇게 그를 한번 부르고 나서, 그는 자주 저렇게 자조했다.
"아니, 곧 끝나."
"너 그러면 쓰러진다."
"안 쓰러져."
"됐다, 내 예언은 틀린 적 없어."
이틀 뒤, 주윈은 나이아가라 폭포에서 넘어질 뻔했다, 티엔시우주는 마침내 그녀의 컴퓨터를 낚아챘다. 아무리 그녀가 발을 들고뛰어도, 그는 그녀가 학교에 돌아갈 때까지 돌려주지 않았다.
그 후 화랑을 계약하기 위해 티엔시우주는 미국에 오랫동안 정박했고 집은 주윈 학교 부근으로 정했다.
만남이 잦아지면 질수록 티엔시우주는 점점 주윈의 생활이 아주 문제라는 걸 깨달았다. 그녀는 모든 과제를 한 번에 끝내고, 한 주의 업무량을 3일에 해내며 여가시간에는 쉬지 않는다.
그녀의 성적은 좋아서 학업을 2년으로 꽉꽉 줄어들었지만 그녀는 항상 팽팽한 현처럼 하루 쉬는 것도 범죄라고 여긴다.
"뭐가 그렇게 급해?" 티엔시우주는 여러 번 물어봤지만, 주윈은 항상 대답을 하지 않았다.
"너 너무 불안해." 티엔시우주는 차분하게 평가를 했다.
주윈으로 하여금 스스로 이유를 찾게 했다. "우리 전공은 다 이래."
"다른 사람은 쓰러진 적 없어."
"그때는... 그때는 아무것도 안 먹어서 그래."
"너 그러다 못 버텨."
주윈은 믿지 않았다. "국내대학 다닐 때는 지금보다 더 힘들었어도 아무런 일 일어나지 않았어."
티엔시우주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그 말을 또 했다.
"못 믿으면 됐어. 그래도 내 예언은 항상 맞아."
스물네 살, 사람이 이제 막 건강하기 시작한 나이다. 많은 젊은 사람들이 자신은 안 늙은 듯 마냥 마음껏 생명을 태운다. 그러니 누가 자신이 못 버틴다고 믿을까?
오랜 시간 뇌를 과도하게 사용하면, 게다가 밤을 새우고 하루종일 컴퓨터를 보면, 주윈은 금방 수척해질 거다. 그녀도 자신의 문제를 알고 있다. 불면증, 두려움, 식은땀, 내분비교란 등... 그녀의 몸 전체가 망가졌다.
" 너 우리 만났을 때 보다 10살 더 늙어 보여." 어느 날 티엔시우주가 돌아와서 주윈을 만났을 때 말했다.
이때 한말은 주윈에게 큰 타격을 주었다. 어떤 여자든 누가 자신이 빨리 늙어가는 건 무섭다.
티엔시우주는 그녀를 데리고 휴가 가는 기회를 잡았다.
그들은 프랑스로 갔는데, 거긴 티엔시우주 부모님이 살고 계신다. 주윈은 그의 부모님을 만나야 하는 걸 알았을 때 너무 놀라 차에서 뛰어내려했다. 티엔시우주는 그녀를 끌어 잡으면서, "진정해. 너 뛰어내렸으면 나 심각하게 다쳤을 거야."
"왜 네 집에 가야 해?" 주윈이 물었다.
티엔시우주는 당연하듯 "숙박비 아낄 수 있잖아."
"너 그 돈도 없어?"
티엔시우주는 웃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티엔시우주는 집에서 둘째다. 형과 여동생이 있는데 형은 디자이너고, 여동생은 사진일을 하고 있다. 집안이 다 예술가다.
주윈이 도착했을 때 가족들이 다 있었다. 주윈이 온 걸 열렬히 환영해주었고 너무 열렬하여 주윈을 더 긴장하게 만들었다.
그뿐만 아니다. 무슨 냄새가 날까 봐, 집안사람들이 몰래 티엔시우주에게 곁눈질하고, 마지막엔 주윈만 아니라 티엔시우주까지 일어나기 어렵게 했다.
"예상과 너무 다르게 되었어." 식은땀을 흐르며 말했다.
그들은 하룻밤도 안돼서 야반도주했다.
그 이후 그들은 많은 곳을 여행했다. 그들은 콜마르로 가 알프스의 동화 같은 장면을 충분히 느낀 후, 15킬로미터 떨어진 리퀘위르도 가서 심신이 안정되는 그림 같은 포도밭도 구경했다. 그리고 가파른 절벽 위에 있는 후쓸리용, 알프스산 아래 매우 아름다운 발코니도. 그들은 마지막으로 파리교외의 유명한 지베르니에 갔다.
"모네가 마지막여생을 보낸 곳." 티엔시우주과 주윈에게 이곳을 소개하며 말하길, "모네는 40대에 기차를 타면서 여기를 지나갔어. 가슴 깊숙이 끌려서 방을 하나 사서 살게 되었어. 그는 원예를 몹시 좋아해서 여기 다 그가 개조한 거야."
화원면적은 1헥타르도 정도 되었고 화초와 나무로 가득하며 저수지하나가 있는데, 저수지에는 녹색의 작은 다리들이 있고, 다리 난간은 버들나무와 꽃들로 되어있다. 다리 위에 서서 아래를 보면 저수지 너무 파래서 누워서 자고 싶다.
예술에 관심 없는 주윈조차 모네의 <수련>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다.
티엔시우주는 그녀를 어떤 곳으로 끌고 가서 그녀 뒤에 섰다.
"비밀을 가르쳐 줄까?"
"됐어."
"내 얼굴을 봐서라도."
주윈은 웃었다.
티엔시우주가 발아래 땅을 가리키며 말했다: "<수련> 연작 중 한 폭이 바로 이 그림이야."
"네가 어떻게 알아?"
"그냥 알아."
"......"
"못 믿어? 좋아. 사실을 말해줄게. 내가 봤어." 티엔시우주는 종잡을 수 없는 말을 했다.
"배경은 다르지만, 빛이 남아있어. 내가 예전에 지금 우리가 있는 이곳에 서서, 이 호수를 멍하니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한순간, 이곳의 빛과 그림자가 저 그림과 겹쳐 보였어." 그는 주윈을 보며 눈이 반짝거렸다.
"믿어져? 딱 그 한순간, 모든 색채가 겹쳐졌어. 저 그림과 똑같이."
주윈은 예술을 모른다.
"그런 게 어딨어? 너무 멍 때려서 환각을 본 거 아냐?"
티엔시우주는 가볍게 목을 가듬고 그녀의 볼을 꼬집었다.
이 행동은 두 사람을 모두 멈칫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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